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잃어버린 도서관을 찾아서.

내가 술을 끊지 책을 끊나.
 - 주량이 1잔인 어느 독서가의 말 -

8월의 하루.

그칠 줄 모르는 비로 온통 습기로 가득한 세상이고

그런 기운은 보통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지만

나는 문득 책을 읽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서

자연스레 밖으로 나서던 발걸음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필자는 운이 좋은 관계로 도서관 근처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다양한 도서를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이전의 도서관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원망하기도 지치는 코로나의 공습 이후

반년 가까이 도서관을 이용을 끊다시피 했는데,

아. 물론 그사이 도서관의 노력으로 얼마 동안은 대출서비스도 필요하면 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서관에 기대하는 나의 바람이 너무 컸으므로

지식의 전당에 발길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도서관과 나의 관계도 이번 방문으로 달라졌다.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중이고 운영시간도 짧아졌지만 한참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보단 이용이 수월하다.  

입구엔 방문자의 발열을 체크하고 방문일지를 안내하는 분이 수고해주시고

근래 스킨로션보다 자주 바르는 손소독제가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나를 반겨주었다.

휘갈기며 일지를 쓴 후(이름과 전화번호만큼은 알기 쉽게 또박또박 제대로 씀) 빠르게 자료실로 이동.

 

학구열에 불타던 사람들, 공시를 준비하던 사람들과 아이들, 학부모들과

특별히 볼일이 없이 시간 때우러 가던 나 같은 사람이

빈자리 없이 가득 채우고 휴게공간까지 시끌벅적이며 활기찼던 도서관은

개점휴업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발걸음을 했던 날과 다를 바 없이 환한 조명 아래

책들은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얼마 안 되는 이용자들은 나름 분주히 오고 갔다. 

 

어느 북카페

좌석이 절반의 절반 정도로 많이 줄어서 흡사

도서관 컨셉의 설치미술을 전시 중인 갤러리에 온 것 같다. 

마스크를 쓴 채로 이리저리 옮겨가며 몇 권의 책을 꺼내 본다. 

도서관에서 맛보던 감정이 되살아 난다. 

이런 기분 참 오랜만이다. 

책장 사이로 오며 가며 느끼던 그런 감정들.

 

 

검색을 통한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 영상들에 접근하는 것이 너무나도 

간단한 한국에서 책 읽기의 형태가 화면을 바라보는 일이 되는 경우가 늘어 난다.

하지만 겪어봐서 하는 이야긴데 그런 검색된 정보들은 너무도 빨리 증발한다.

머리에 남는 것은 거의 없고 그것마저 재미있고 중독적인 추천 콘텐츠로 잊힌다. 

블로그에 이것저것 포스팅하는 입장에서는 웃기는 이야기지만 체험상 그렇다.

흘러가는 세월의 변화에도 거대한 사회의 흐름 속에 강렬하게 연결된 현대인은 

자연스럽고도 위험하게 인터넷에 필요 이상으로 접속되어 있다. 

국가는 발전하고 기업은 데이터를 모으지만

사람들은 점점 마음이 비어가는 것처럼 생각된다.

 

바로 그런 생각이 들 때. 처방전을 받듯이

도서관을 찾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인간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 . .

 

늦게 입장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찾은 도서관에서

감회에 젖을 새도 없이 남은 시간을 체크하며 

볼만한 대출도서를 부지런히 고른다. 

 

도서관도 좀 꾸며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어 드는 찰나

대출 마감될 예정이니 서둘러서 대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럼~ 맞는 말이지.

늦기 전에 고른 책들을 들고 무인대출 단말기로 가서 대출 과정을 클리어한 후

도서관을 재빨리 나온다. 

이제 도서관은 할 일을 다했으니 남은 것은

빌린 책을 남김 없어 읽어치우는 것이다. 

 

앞선 이야기와는 반대되지만 현재 이 초연결사회에서 찾기 쉬운 정보들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문체로 가다듬고 찾아볼 수 있게 정리해두고 수시로 다른 정보와 이어 붙이고 편집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면 그것은 휘발되지 않고 오래 남아 지적인 삶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자리 잡아 인생을 밝혀줄 것이다. 
그런 면에선 블로그도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다.
반응형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0) 2020.09.03
3회 정기 기사 시험을 치르고.  (0) 2020.08.30
카카오 애드핏 승인!! Wow~~~ 승인 소감 / 예상 적립금  (0) 2020.08.21
애드핏 도전 그리고 작은 실패  (0) 2020.08.11
2020. 기록의 시대.  (0)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