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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치과를 다녀와서.(치과 치료 소감)

치과는 정기적으로 다녀야 한다. 아니면
관리받지 못한 당신의 치아는 당신을 매정하게 떠날 수 있다.
붙박이로 제 몫을 다하고 있을 때 감사하며 치과에 가자~

 

『치과를 다녀와서』

 

날씨도 좋고 글 읽는 재미만큼 먹을거리도 풍성한 가을이다.

TV를 틀면 어딘가에서는 먹방을 방송할 만큼

익숙한 포맷들이지만 그것만큼 원초적이고 쉽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없는 것. 

근데 온전히 즐기기엔 요즘 쫌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대충 예전에 치료를 끝내놓고 본체만체 내버려 뒀던 치아가 말썽이다.

얼마 전부터 입안의 거뭇해진 이빨 부근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나길래

치과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충치를 방치하면 점점 나빠진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아는 사실이지만

게으름인지 바쁜 일상에 뒤로 미뤄둔 탓인지

혹은 코로나낭 잔뜩 겁을 집어먹은 탓인지 불분명한 이유들로

쉬이 발길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입속 불편함, 한 번씩 생기는 구내염과

막연한 불안함들이 머릿속을 헝클어뜨리길래 

'내 오늘은 기어코 치과의 문을 두드려 보리라'는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두 주먹 불끈쥐고 치과를 찾아갔다.(이게 다 어릴 때 잘못 학습된 치과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연휴를 앞두고 여기서 더 미뤘다간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조바심도 다행히 내게는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단골로 치료받던 치과가 없었던 내게는 그만큼 어느 치과를 가느냐도 중요한 문제였는데

이럴 난감한 경우가 생겼을 땐 다녔던 사람들의 후기는

내게 어느정도 길잡이가 되어준다.

분명치는 않지만 후기에 거짓이 없으리라는

신뢰감을 가지고 일단 검색을 시작해본다. 

동네에 이렇게 많은 치과들이 있었나 싶을 만큼 치과들이 수두룩하게 검색이 된다. 

당연히 그만큼 선택은 어려워진다. 

지인 찬스로 쉽게 결정할 수도 있지만

항상 정답은 아니기에 오늘은 인터넷에게 신세를 진다.

 

별점으로 매겨진 것으로만 쉽게 고를 문제는 아니지만

검색이 되는 후기들이나 치과들이 개설해서 운영하는

블로그도 나름 정보를 탐색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지난번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던 치료는 진행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사무적인 응대에 아주 살짝 실망을 하며 대충 가벼운 치료만 받고 나온 적이 있다. 

근데 사실 그건 의료진이 아니라 내게 문제가 있었다.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치아를 방치한 탓이다. 

그건 이미 늦어놓고 택시기사에게 빨리 가 달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시작부터 잘못한 쪽은 나였던 것.

이번에 다시 찾아 갔더라면 이미지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평판이 좋기로 소문난 또 다른 어느 치과를 찾아서 치료를 하게 되었다. 

(사실 지나고보면 쉽게 결정할 수도 있었는데 괜히 뜸을 들이면 뭔가 

선택을 잘한것만 같은 이상한 행동규칙 같은 게 있는 사람도 있다)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 후에 다행히 원하는 치료를 하게 되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필요한 시간 동안 마취부터 여러 가지 시술이 진행되고

나는 턱이 살짝 아플만큼 입을 벌리고, 시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코로 숨을 쉬기 위해서 노력도 했다. 

이 정도는 치아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참을만하다.

그간 신경쓰지 못한 것에 대한 약간의 교훈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 노래 하나가 맴돌아서 시술하는 소음과 진동 속에서

머릿속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계속 구간을 반복 재생을 했다.

다행히 도움이 되었던지 공포심은 누그러지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노래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치료는 만족스러웠고 

좀 더 살가운 태도와 잠깐씩 당부를 하며

꼼꼼하게 물어보던 음성은 신뢰감이 들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그래선지 이번엔 더 안심이 된다. 

치료가 다 끝나고 여러 번 종이컵에 물을 받아 부지런히 뱉어내고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치료실을 나와 다음 치료를 위한 스케줄을 정하고

데스크에서 치료비를 지불했다.

'이럴 거면 진작 올걸'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치과를 나섰다. 

다음 치료도 잘 마무리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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